[컬러풀] 검은 고양이 쿠로의 탈주극! 제1화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에 다니는 시바사키 켄에게는
오랫동안 체념하고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건 그날을 기점으로 망가져버린 가족관계를
회복시키는 것.

옛날에는 한 살 아래 동생 아이조와 집에서 밝음을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변한 것은 없었다.
지금은 아이조하고도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켄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는 한편,
가족과의 거리는 변함없이 벌어져 있는데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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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
아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시바사키 켄]
('일요일 데이트, 11시에 역 앞에서 어때?')

'괜찮지만... 어디 갈 거야?'

[시바사키 켄]
어디, 인가...
(성대한 축하는 1주년 기념일에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그저 그런 곳은 싫고...
'비밀! 기대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겁먹은 듯한 팬더 이모티콘만 돌아왔다.
아리사의 표정이 상상이 돼서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시바사키 켄]
(진짜 귀엽다~, 아리사.)

이제 곧 1년이 다 돼가는데
아리사는 아직도 쑥스러운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거리를 더 좁히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나는 그녀의 페이스에 맞추고 싶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

[시바사키 켄]
(아리사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그러니, 기념일을 특별한 하루로 만들고 싶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시바사키 켄]
(기념일까지 별로 시간이 없으니
얼른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아볼까...)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몸을 일으키자 한 살 아래 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시바사키 켄]
어서 와.

[시바사키 아이조]
...다녀왔어.

[시바사키 켄]
......

[시바사키 아이조]
......

[시바사키 켄]
(이 녀석,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공기가 엄청 무거워...)
아~... 오늘은 빨리 왔네.

[시바사키 아이조]
뭐, 상관없잖아, 언제 돌아와도.
...쿠로, 오늘은 거기 없구나.

[시바사키 켄]
응? 아아...

쿠로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검은 고양이다.
우리가 돌봐주느라 평소에는 거실이나 아이조 방에 있을 때가 많다.

[시바사키 켄]
돌아왔을 때는 거기 쿠션에 있었는데
네 방에 가지 않았을까?

[시바사키 아이조]
...그래.

아무래도 아이조는 쿠로를 보러 왔을 뿐인 것 같다.
여기에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거실을 나갔다.

[시바사키 켄]
...하아.
(여전히 무뚝뚝한 놈...)

동생이랑 친했던 때가 벌써 오래전이다...
아직 우리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 얘기다.
부모님의 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밖을 돌아다니기만 하는 동안에
아이조와의 거리도 어느새 멀어져 버렸다.
아리사를 좋아하게 된 후로는
나는 여자들과 노는 걸 끊고 집에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이번에는 아이조가 아이돌 'LIP×LIP'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스쳐 지나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LIP×LIP'은 인기 아이돌 유닛이라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동급생 중에도 팬이 많다.
일 때문에 날마다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 같은데
아이조는 예전과 달리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시바사키 켄]
(저 녀석, 옛날부터 노래를 좋아하긴 했지.
옛날에는 이 집도 이렇게 분위기가 안 좋지 않았다.
음악으로 가득 찬 집이었는데...)
...뭐어, 그런 걸 생각해봤자 소용없나.

생각을 그만두고 소파에 다시 뒹굴었다.

[시바사키 켄]
(모처럼 아리사와의 문자로 기분이 좋았었는데...)

답답한 기분을 전환할 겸
핸드폰으로 일요일 데이트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시바사키 켄]
(점심은 여기 아니면 여기.
약간 가볍게 해서 아리사가 좋아하는 크레페 가게도
나중에 들르자.
그러고 나서ー)

[시바사키 아이조]
어이...!

갑자기 안색이 어두운 아이조가
내게 달려왔다.

[시바사키 아이조]
쿠로가 어디에도 없어. 못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