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4

[소설] LOVE&KISS (1-1)

Act Ⅰ ~제1장~ 지금부터 말하는 이야기 기적은 존재해 이걸 봐 노래를 못 부를 때가 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때도 있다. 그 당시에는 잡음에서 도망치듯 세상을 닫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좁은 부스 안에서 아이조는 헤드폰을 한 손으로 누른 채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오늘은 신곡 녹음을 하는 날이었다. 이번이 첫 시도인데, 컨디션이 좋았다. 곡의 데모 버전과 악보를 받고 나서 수차례 연습했고 여러 패턴으로 바꿔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오늘이 제일 이미지대로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라, 이거 괜찮은데......)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디렉터님이 "처음엔 가볍게 불러볼까."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컨디션이 좋았던 덕분일까. 표현이 풍..

소설/LOVE&KISS 2023.05.14

[소설] LOVE&KISS (인트로)

Introduction ~인트로~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북쪽 나라엔, 드래곤이 지키는 보석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소원이든 단 하나만 이루어준다. 지금은 이야기를 이을 사람도 없다. 먼 옛날 잊혀진 이야기. 아득히 먼 그 나라에. 마중 나온 아름다운 소녀에게 무릎을 꿇고 맹세와 입맞춤을. 그대의 손에 행운과 축복을 내립니다. 이건, '희망'의 세계로 이어지는 이야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원형 테이블에 놓인 촛불을 흔들었다. 가게 안엔 몇 명의 손님이 있었고, 작은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며 컵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 거리에서나 이런 변두리 술집에서는 술 취한 손님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이 가게의 손님들은 음울한 표정으로, 웃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경계심이 어린 시선이 카운터에 있..

소설/LOVE&KISS 2023.05.13

[소설] 이 세계를 즐기는 방법 (1)

~제1장~ [1] 세상에 넘쳐흐르는 모든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ー.  (시끄러워…… 이 녀석들 모두……) 중학교 3학년 봄, 노을로 물든 하굣길을 시바사키 아이조는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었다.들려오는 대화 소리나 시끄러운 소리가 거슬려 미간을 찌푸렸다. (싫다……) 귀를 막아버리고 싶다.시끄러운 소리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올려다보니 잔뜩 구름 낀 하늘에, 마치 비가 내릴 것 같았다.하늘은 낮았고, 압박하듯 높게 솟은 빌딩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어떻게 모두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걸까.이렇게 세계가 좁고 답답한데ー.고여 있는 어두운 물속으로 끝없이 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좀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다.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세계에.그런데, 그런 세계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소설] 이 세계를 즐기는 방법 (프롤로그)

~프롤로그~ 인기몰이 중인 아이돌 유닛 『LIP×LIP』 그들의 첫 전국투어 『줄리엣타』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은 두 남성이 어두컴컴한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LIP×LIP의 유지로와 아이조다. 둘 다 중학교 3학년에 데뷔해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 최근에는 고교생 아이돌 유닛이라고 불리는 일이 잦다. “시간 아슬아슬하게 오다니…… 늦잠 잤지. 이 잠꾸러기야.” 뒷머리를 리본으로 묶은 아이조가 목소리를 낮춰 말하면서 옆에 있는 상대를 노려봤다. “시끄럽네. 시간 맞춰 왔으니까 잔소리 그만하지, 시누이.” 유지로가 눈을 흘기며 똑같이 목소리를 낮추고 응했다. “발목 잡지 마.” “너야말로 가사 틀리고는 웃지 마. 꼴사나워.” “칫, 답답하니까 저리 가.” “붙지 마. 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