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사이트 카쿠요무에 기재된 단편 소설.
고등학생 인기 아이돌 유닛, LIP×LIP의 수습 매니저가 된 스즈미 히요리는, 두 사람의 일에 동행해 스튜디오에 와 있다.
오늘은 잡지에 실릴 사진 촬영이다.
일에는 많이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에 있으면 역시 긴장된다.
게다가, 오늘은 히요리도 아는 모델인 '나루미 세나'가 왔다.
스태프와 회의하고 있는 세나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히요리는 "우와아"하는 소리를 냈다.
"귀엽다, 나루미 세나 씨!"
중학생 때부터 모델을 하고 있는 만큼 스타일이 탁월했다.
허리도 가늘고 다리도 길고 날씬하다.
계란형의 얼굴은 작고 눈동자와 입술이 두드러져 보였다.
"히요리, 이거, 모두에게 나눠줘."
여성 스태프가 말을 걸어오자, 히요리는 서둘러 "넵!"하고 대답했다.
건네받은 건 커피와 홍차잔이 놓인 트레이였다.
그걸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세나 곁으로 갔다.
(오늘은 실수하지 않도록!)
이전에, 훨씬 더 큰일을 저질러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세나의 옷에 홍차나 커피를 쏟으면 큰일이다.
"저기."
긴장하며 말을 걸자, 휴대폰을 보고 있던 세나가 고개를 들었다.
"음료 드세요!!"
그렇게 말하며 트레이를 내밀자, "고마워."라고 세나가 싱긋 웃으며 잔에 손을 뻗었다.
(상냥하네~~~)
스태프인 히요리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해준다.
히요리는 그 자리를 떠나는 것도 잊은 채 그만 세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귀엽다.
(나랑 완전 달라~)
잔을 입으로 옮기려던 세나가 시선을 눈치채고 히요리를 봤다.
"저기! 나루미 씨는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 선배시죠......"
"아, 응. 맞아. 혹시...... 당신도?"
"넵!"
히요리는 반짝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저 두 사람이랑 같네."
"네...... 일단......"
떨어진 곳에 있는 아이조와 유지로는 남성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둘이 흘끗 이쪽을 쳐다보는 바람에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렇구나, 너희들 모두 내 후배네. 그립다."
홍차를 마시며 미소 지은 세나가 "학교 즐거워?"라고 히요리에게 물었다.
"넵, 힘든 일도 있지만......"
슬쩍 시선을 옮기자 두 사람은 "왜 딴짓하는 거야"라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구나, 힘내."
마침 시간이 다 됐는지, 스태프들이 "촬영 시작합니다~"하고 말했다.
세나는 "네!"라고 대답하고는, "이거 고마웠어."라며 홍차 잔을 히요리에게 건네주고 떠났다.
"멋지다...... 세나 씨."
히요리는 진지한 얼굴로,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몰라!"라며 혼잣말을 했다.
"아니, 무리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잠꼬대?"
그렇게 말하며 옆을 지나간 이들은 아이조와 유지로였다.
둘 다 바보 취급을 하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또, 바로 심술궂은 짓을~~!!)
"그런 건 해봐야 알지!"
돌아본 히요리는 뿌루퉁하게 볼을 부풀렸다.
다음날 방과 후, 동아리 활동에 나온 히요리는 "화이티~~~~~잉!!" 하고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운동장을 달렸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다른 부원들은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히요리가 들어온 곳은 육상부다.
고문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이 학교에 왔으니 동아리 활동 시간은 파이팅 넘쳤다.
수습 매니저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은 빨리 돌아가지만 그것 말고는 거의 대부분 동아리에 얼굴을 비췄다.
사실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고 싶지만, 혼자 자취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절박한 사연이 있다.
이것도 살기 위해서다.
학급이나 동아리 모두에게 히요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건 비밀로 하고 있다.
아이돌 수습 매니저라고 하면 남들은 부러워할 테지만 실제로는 혹사당하고 체력적인 일만 하고.
게다가 저 둘은 세간에서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바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테고~~!)
건방진 두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자 메슥거려 미간을 찌푸렸다.
"스즈미~~, 잠깐 쉬어도 돼!!"
"선생님, 저, 바깥쪽 레인 달리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히요리는 운동장을 뛰쳐나와 정문 쪽으로 향했다.
(꼭, 반드시...... 나는 나루미 씨처럼 될 거야!!)
"그럼 잘 가, 아이조 군, 유지로 군!"
정문을 나오자 아이조와 유지로가 말을 걸어온 여자애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보는 언짢은 얼굴과는 달리 싱그러운 미소였다.
그 옆을 달리자 매니저 차에 오르려던 둘이 돌아봤다.
히요리는 앞서가던 자전거를 앞질러, "가자~!" 하고 의욕 넘치게 주먹을 내지르며 벚꽃길이 이어진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동아리 활동 후에도 자율훈련으로 달리던 히요리는, 휘청거리며 부실로 돌아갔다.
다른 부원들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돌아갔을 터다.
"너무 달렸어~~"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문을 열었더니, 선배 히나가 부실에 남아 있었다.
"히요리. 늦어서 걱정했어. 어디까지 갔던 거야?"
"세토구치 선배, 죄송합니다!"
히요리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머리 뒤에 손을 얹고 헤헤 웃었다.
"빙글빙글 돌다가 돌아오는 길을 잃어서."
히나가 "정말 어쩔 수 없네~"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래? 갑자기 기운이 넘쳐서. 뭐, 좋은 일이지만."
"그게...... 스......"
"스?"
"스타일이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해서."
얼굴이 빨개지며 양 검지를 콕콕 맞댔다.
히나가 "스타일......"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나 선배처럼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자, 히나는 훗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그렇게 달리고 있었어~~!?"
"세토구치 선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마요~~!"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해했다.
"말은 안 하지만...... 그래도 히요리는 딱히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말해주는 건 세토구치 선배뿐입니다......"
히요리는 고개를 떨구고는,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 쓸 것 없는데. 하지만 뭐...... 히요리의 마음도 조금 이해해. 나도 조금 더 키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히나는 턱에 검지를 갖다 대며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
(뭐엇, 세토구치 선배는 지금도 충분히 귀여운데......)
좌우로 나눈 머리 모양도 잘 어울리고, 또렷한 눈동자도 이상적이다.
"자, 얼른 갈아입어야지. 열쇠로 잠글 거야~"
히나가 부실 열쇠를 보이며 싱긋 웃었다.
"앗, 잠시만요~~!"
히요리는 황급히 체육복을 벗으며 사물함 안에서 교복을 꺼냈다.
아파트 자취방에 돌아온 히요리는 벽에 붙은 세나의 포스터를 보며 "구십칠, 구십팔, 구십구......"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백까지 세자, 힘이 다 빠진 듯 벌렁 드러누웠다.
천장을 보며 "하아~~" 하고 깊은 숨을 토했다.
눈을 감자 눈꺼풀 뒤로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와 크림이 듬뿍 담긴 크레이프가 떠올랐다.
꼬르륵하는 배를 두 손으로 눌렀다.
"히로인이 되는 건...... 엄청 힘든 거구나."
분명, 세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노력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 두 사람도 그렇잖아......)
코웃음 치던 두 사람을 떠올리자 히요리는 "윽" 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저래 보여도, 뒤에서 몰래몰래...... 노력하고 있는 거지.)
"나도 질 수 없어!!"
벌떡 일어나 "하나, 둘, 셋, 넷!" 하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나는...... 나는............ 오늘부터, 히로인이 되겠어!!)
출발선에 선 히요리가 가볍게 점프한 후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했다.
오늘 동아리 활동은 단거리 달리기 측정이다.
선배가 분 호루라기 신호에 전력 질주하여 단번에 골까지 달려갔다.
스톱워치를 들고 있던 선배가 "오오, 스즈미 씨 개인 최고 기록 갱신!"하고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히요리는 발을 멈추지 않고, "화이티~~~~잉!" 하고 소리를 지르며 축구부와 야구부가 훈련 중인 운동장을 맹렬히 뚫고 지나갔다.
축구부 2학년인 에노모토 코타로가 "뭐야!?" 하고 깜짝 놀란 듯 뒤돌아봤다.
연습 중이던 다른 부원들도 공을 차는 것도 잊은 채 히요리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야 사쿠라가오카 고교 여자 육상부의 기대주지!"
육상부 고문 선생님이 팔짱을 끼며 흐뭇해했다.
"히요리, 어디까지 가~~~!!"
측정을 마치고 쉬고 있던 히나가 황급히 말했다.
히요리는 갑자기 풀썩 넘어지나 싶더니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다.
"히, 히요리!"
히나가 달려가 부축하여 일으키니 눈이 완전히 핑핑 돌고 있었다.
히요리는 "우웅" 하고 작게 웅얼거리다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어라, 여기 어디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로 둘러싸인 한적한 숲 속.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자 새빨간 드레스 차림이었다.
"어라~~!"
깜짝 놀라 일어나서 빙글 돌아봤다.
"나...... 정말 히로인이 됐어!!"
옷자락을 들어 올려 드레스와 같은 새빨간 하이힐을 확인했다.
"드디어, 나도 히로인이 됐다~~!!"
기뻐서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뛰며 양손을 들었다.
(분명, 조만간 멋진 왕자님이 데리러!)
그런 기대에 설레며 두 손을 맞잡고 있는데―.
어디선가 "라라라라라~~" 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그늘에 슬쩍 보이는 건 아름다운 망토였다.
"저건...... 혹시, 나의 왕자님......!!"
히요리는 양손을 입가에 대고 숨을 핫, 들이마셨다.
자세히 보자 망토를 걸치고 있는 건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였다.
게다가 번쩍번쩍한 '50% 세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 아니고, 특판 스테이크~~~~~!!"
히요리는 넘어질 뻔하여 정신없이 손을 뻗었다.
망토를 걸친 스테이크 고기는 슬쩍 그 손을 피하고는 노래를 부르며 쿵쿵 숲 속으로 도망쳤다.
"기다려, 내...... 내...... 스테이크~~~!!"
"스테이크............ 엄청난 스테이크가...... 노래 부르면서...... 도망가고 있어............!"
잠꼬대를 하던 히요리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빡였다.
"어라~~, 여기......"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보건실 침대 위였다.
이제 완전히 해 질 녘이 되어 실내가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행이다~, 일어났어?"
동아리 체육복을 입은 히나가 휙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세토구치 선배!"
헉하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자 동아리 활동 때 모습 그대로였다.
티셔츠와 체육복 바지 차림이었다.
(어라~~~ 꿈인가~~)
히요리는 "뭐야."라고 실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히요리는 양손을 모았다.
(세토구치 선배에게, 나는 또 민폐를!!)
눈을 꼭 감고 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늘 점심도 주먹밥 하나로 버텼기 때문일 터다.
(으아아~, 부끄러워~~! 세토구치 선배 앞인데......!)
히요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자신의 배를 눌렀다.
"맞다. 오빠가 준 라멘집 할인권이 있는데......"
양손을 뒤로하며 히나가 "갈래?" 하고 물었다.
(세토구치 선배랑, 라멘!!)
히요리의 얼굴이 반짝 빛났다.
"갈래요!!"
"그럼, 빨리 옷 갈아입자."
"넵!"
기운차게 대답하고는 침대를 내려와 히나와 함께 보건실을 나섰다.
(역시, 히로인이 되는 건...... 내일부터!)
언제나처럼 매니저의 차를 기다리던 아이조와 유지로는 정문에서 나온 히요리를 발견하고 그 모습을 슬쩍 눈으로 좇았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쉬는 날일터다.
히나와 함께 걸으며 즐거운 듯 라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녀석, 뭘 목표로 하고 있는 걸까?"
"글쎄, 근육 여자 아니야?"
그런 얘기를 하니 매니저 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둘은 동시에 웃으며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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