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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로스트비프의 행방

mingle 2022. 2. 27. 14:55

웹소설 사이트 카쿠요무에 기재된 단편 소설.


그날, 시바사키 아이조가 일을 마치고 귀가한 건 늦은 밤이었다.

LIP×LIP라는 아이돌 유닛으로 데뷔한 이래 스케줄이 빡빡한 건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매니저, 일이 너무 많잖아......"

 

그렇게 투덜대며, 흐느적흐느적 거실로 향했다.

불을 켜자,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반려묘 쿠로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 애를 잡아 올려 한 팔에 안고 테이블 위에 비닐봉지를 올려놨다.

 

"나는 학교도 다니는데."

 

오늘 댄스 레슨이 늦어진 건 우리들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다.

안무를 놓고 유지로와 논쟁을 하다 보니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남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는 고집 센 상대의 뻔뻔한 얼굴을 생각하자 또 화가 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가끔은 남의 의견도 들어줄 수 없나...... 그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쿠로가 몸을 내밀어 봉지에 머리를 집어넣으려 했다.

이를 눈치채고, 아이조는 "앗, 인마!"라며 의자에 내려놨다.

 

"이건 네 꺼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이 접시를 가져와 건사료를 담아주니 기다리지 못하고 옆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해볼까."

 

아이조는 양손을 허리에 얹은 후 비닐봉지에서 고기를 꺼냈다.

귀가하던 중 갑자기 '고기, 먹고싶다......'라는 생각에 24시간 영업하는 슈퍼에 뛰어들어가 사 온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 레시피를 검색했다.

메뉴가 정해지자 교복 블레이저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올려두고 앞치마를 둘렀다.

 

 

두 시간 후

아이조는 완성된 로스트비프 모습에 무심코 "좋아! 완벽해!"라며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근데...... 뭐하는 거람. 이런 시간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두 손을 조리대에 짚고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귀중한 수면시간을 줄여서까지, 로스트비프를 구웠을까.

발밑을 어슬렁거리던 쿠로가 오도카니 앉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자 벌써 두 시 반이었다.

모처럼 만든 건 좋지만 식욕보단 졸음이 더 많아 하품이 새어 나왔다.

 

"내일 도시락으로 먹을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고는 선반에서 도시락통을 꺼냈다.

 

"아참, 그전에."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로스트비프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상대에게 보냈다.

바로 읽은 걸 보니 아직 깨어있던 모양이다.

아무 반응도 오지 않는 걸 보니 짜증 난 것 같다.

그 얼굴이 쉽게 상상돼서 히죽거렸다.

댄스 레슨 때 계속 '박치'라고 무시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밥과 반찬도 함께 도시락에 넣고, "좋아, 다 됐다."라고 만족하며 뚜껑을 닫았다.

 

"목욕하고 잘까......"

 

준비한 도시락을 테이블에 두고, 아이조는 쿠로를 안아 올리며 부엌을 떠났다.

 


 

졸린 얼굴로 2층에서 내려온 시바사키 켄은 안고 있던 쿠로를 내려놓고 물과 건사료를 준비했다.

냉장고를 열자, 안에는 어제 산 크림빵과 물병뿐이었다.

그것들을 꺼내 테이블로 옮기는데 낯선 도시락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보자기를 풀고 뚜껑을 열어보니 로스트비프가 밥과 반찬과 함께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켄은 그걸 보고 "오"하고 미소를 지었다.

 

"여기 놓여 있다는 건, 먹어달라는 거겠지~?"

 

옆에 다가온 쿠로를 안으며 묻자, "야옹"하고 대답해줬다.

쿠로를 내려놓고, "럭키~"하고 혼잣말을 하며 도시락을 다시 쌌다.

그걸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고는 조금 생각하다 크림빵을 대신 남겨뒀다.

 

"그럼, 집 잘 보고 있어~"

 

반려묘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기분 좋은 걸음으로 부엌을 나섰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아이조는 블레이저를 걸치며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우왓, 일단......!"

 

거실로 내려와 주방으로 가서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물을 잔에 따른 후 한숨에 들이키곤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 뒀을 도시락통이 없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역시 어디에도 없었다.

 

"엇, 어째서......?"

 

대신 남아있는 건 편의점에서 사 온 듯한 크림빵뿐이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을 터다.

크림빵을 잡고, "그 자식~~~!!!!"하며 힘껏 움켜쥐었다.

거실로 뛰쳐나와 현관으로 향하자 항상 있어야 할 신발이 없었다.

보통 1교시 시작하기 아슬아슬할 때 집을 나가면서 오늘따라 일찍 나간 듯했다.

 

(도망쳤어......!)

 

거실로 급히 돌아가 소파에 던져놨던 가방에 크림빵을 밀어 넣었다.

현관으로 나가 구두를 신으며 배웅 나온 쿠로에게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뛰쳐나갔다.

 

"절대 용서 못해!!!"

 

주차장 옆에 둔 자전거를 꺼내 타고는 페달을 힘껏 밟았다.

퇴근 후 흐느적이며 구운 혼신의 로스트비프다.

 

(오기로라도 되찾겠어!!!)

 

아이조는 기세를 몰아 언덕길을 내려가며 교차로 모퉁이를 미끄러지듯 돌았다.

 


 

오전 수업이 끝나자 반 여자애들이 "아이조 군, 같이 도시락 먹을래?"라며 자리로 왔다.

아이조는 찌그러진 크림빵을 들고일어나며 "미안, 나 좀 급한 일이 있어서!"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초코우유 팩을 들고 뒷자리에 있던 유지로가 "응?"하고 졸린 얼굴을 들었다.

 

(아침에는 못 잡았고...... 어딜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복도를 달리고 있자, "아, 아이조 군!"하고 여자애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걸 뿌리치며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그러다 옷깃이 잡혀 뒤로 쭉 당겨졌다.

 

"어이, 시바사키. 복도에서는 뛰면 안 돼."

 

무심코 "우왓!" 소리를 내며 돌아보니, 항상 백의 차림의 담임인 아케치 선생님이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내 로스트비프가~~!!)

"선생님, 잠깐, 지금, 급해서......!"

 

초조하게 말하자 아케치 선생님은 옷깃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아직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진로 지도 희망 용지 안 낸 건 시바사키와 소메야뿐이라고~?"

"그거 지금 내야 돼요!?"

"제출기한 한참 지났지 않냐."

 

아케치 선생님은 백의 주머니에 두 손을 넣으면서 "정말이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이조 군이 선생님께 혼났어~"

 

큭큭 웃으며 다른 반 여자애들이 옆을 지나갔다.

 

(왜, 내가 이럴 때 설교를......)

 

아이조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도망갈 자세를 취했다.

 

"아니 그게, 진로는 정해져 있어서...... 라고 할까, 우리는 이미 아이돌이니까!"

"그러니까, 뛰지 마..."

 

아케치 선생님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정말이지, 어디에......)

 

복도를 둘러보며 걷는데, "꺅~!"하는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2학년 교실에는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일 터다.

"아이조 군, 왜 온 거지!?", "뭐야 뭐야, 누굴 찾고 있어!?"라며 잇따라 여자 선배들이 모여들었다.

 

(우와, 위험햇!)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으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니...... 잠깐만."

 

찾고 있긴 하지만, 이 사람 무리에서 찾기는 어렵다.

 

"미안, 착각했나.....봐요!"

 

아이조는 몸을 빙글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귀여워~~!"하고 여자 선배들이 웃고 있었다.

그 소리에 얼굴이 빨개지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2학년 교실 허들 높앗!)

 

이대로는 2학년 교실엔 얼씬도 못하겠지.

 

(...... 그러고 보니, 난 그 녀석의 교실을 몰랐어~!)

 

1층까지 내려갔다 문득 생각이 나서, 무릎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대체 어디서 점심을 먹는 거야!"

 

무심코 고개를 들며 말하자, 지나가던 남학생이 "뭐야!?"하는 것처럼 이쪽을 봤다.

 

(안뜰인가!? 안뜰인 건가!?)

 

아이조는 달려서 연결 복도로 향했다.

 

"내 로스트비프~~~~~!!!!"

 

 


 

점심시간이 되어, 같은 반 코타로와 코다이를 불러 옥상으로 이동한 켄은, 울타리 옆에 앉아 즉시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시바켄, 오늘은 도시락? 웬일이야."

 

야키소바 빵을 먹으려던 코다이가 "어라?"하는 얼굴로 물었다.

평소에는 켄도 사온 빵이나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 또는 주먹밥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놓여있더라고."

"우왓, 맛있겠다~."

 

주먹밥을 먹으려던 코타로가 옆에서 휙 도시락을 들여다봤다.

 

"누가 만들었어? 시바켄은 아니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끔 집안에 출몰하는 사람?"

 

웃으며 대답하자 코다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거...... 화났을 거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 대체품은 잘 놔두고 왔으니까."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는 바로 덥석 집어 물었다.

 

(맛있어......)

"그 녀석, 요리 같은 걸 할 수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다 "뭐, 됐어."하며 웃는 얼굴로 밥을 먹었다.

 


 

"어디야~~~~~~~!!!!"

 

그렇게 외치며 연결 복도를 달리던 아이조를 팩 주스 자판기 앞에 서있던 여자가 돌아봤다.

좌우로 갈라진 긴 머리카락이 가볍게 휘날렸다.

 

"시바사키 동생 아냐?"

 

목소리에 아이조는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여 걸음을 멈췄다.

 

(우리 쿠로를 데리고 다녔던......!!)

 

집 근처에서 한 번 만난 사람이다.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는 데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형의 '아는 사람'인 건 분명할 거다.

형과 같은 2학년 선배 같다.

 

"왜 그래?"

"아니...... 저...... 찾고 있는데요...... 그 사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웅얼웅얼 말을 걸었다.

아이돌을 하고 있지만, 사실 여자에게 서툴다.

그리고 섣불리 대화를 나눴다가 들키면 어떤 소문이 날 지 모른다.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긴급사태'니까 어쩔 수 없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들어 보이네."

 

사정을 헤아려주었는지 그 선배는 동정하듯 그렇게 말했다.

마주 보고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옥상에 있을 텐데...... 찾아보는 게 어때?"

"옥상......"

 

아이조는 얼굴을 번쩍 들었다.

학교 옥상은 화단과 벤치가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엔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도 있다.

 

(거기인가!!)

"고맙습니다, 선배!!"

 

히죽 웃으며 아이조는 몸을 돌렸다.

교사로 되돌아가며 뒤를 돌아보니 주스팩을 든 그녀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뛰어올라 아이조는 힘차게 문을 열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이 블레이저 자락과 머리카락을 날렸다.

 

"내 로스트비프!!!!"

 

그렇게 말하며 뛰쳐나가자,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던 세 사람이 "응?"하고 되돌아봤다.

형인 켄과 그의 두 친구다.

켄이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통을 보자, 이미 텅 비어 파슬리밖에 남지 않았다.

 

"내............ 내~~~~!!"

 

털썩, 아이조는 양손과 양 무릎을 그 자리에 짚고 고개를 떨구었다.

 

(늦었다~~~~앗!!)

 

코다이가 '거봐, 역시'라는 듯이 켄을 쳐다봤다.

 

"응? 시바켄의 동생인가~?"

 

코타로가 주먹밥을 볼에 가득 물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치미를 떼는 형에,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왜 남의 도시락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마음대로 다 먹는 거야!!"

 

분노로 목소리를 떨며 무릎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돌려줘, 내 도시락!!"

 

손을 들이밀며 말하자, 켄이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고 일어났다.

성큼성큼 다가와 무심코 몸이 뒤로 달아날 것만 같았다.

 

"뭐야......!"

 

시비조로 말하자, "자"하고 도시락통이 건네졌다.

 

"잘 먹었어."

 

아이조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친 켄은 신난 발걸음을 하며 교사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그거......!!)

 

파슬리만 남겨진 도시락통을 손에 든 채, 아이조는 조금씩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을 형의 두 친구가 동정하듯 보고 있었다.


 

다음 주 토요일 아침, 아이조는 다시 도전해 로스트비프를 도시락에 담으며 "좋아, 이번에도 완벽!"하고 승리 포즈를 지었다.

 

"나, 천재일지도."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완성한 도시락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학교 쉬니까, 형은 아직 자고 있겠지. 내려올 기미는 없어.

 

(지난번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

 

아이조는 훗 웃으며, "이번에야말로 나는...... 로스트비프를 먹는다!"라고 선언했다.

 

"그럼, 다녀올게!"

 

의자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쿠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방을 움켜쥐고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오늘의 일은 녹음과 미팅, 그리고 잡지 인터뷰다. 그 뒤로는 레슨도 있으니 돌아오는 건 평소와 같이 심야 때일 것이다.

집을 나서자 매니저의 차가 시동을 건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일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와 잠시 점심시간을 가졌다.

1층 로비에 놓여 있는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사고 콧노래를 부르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무실이 있는 층에 내리자, "아이조 군, 수고했어~"하고 남자 스텝이 말을 걸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싱긋 인사를 건네자 "뭐야, 기분 좋네~"라며 웃었다.

 

"오전 녹음 잘했나?"

"음~, 뭐, 그렇죠!"

 

히죽 웃고 손을 흔들며 휴게실로 향했다.

 

(로스트비프가 기다리고 있어!)

 

 

문을 벌컥 열고 안에 들어서자 유지로가 먼저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수고했어~"

 

먼저 그렇게 말을 걸자 "수고했어."라고 무뚝뚝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접이식 의자를 당겨 앉으려던 아이조는 문득 유지로가 먹고 있는 도시락으로 시선을 옮겼다.

 

"............!!!!????"

 

엉겁결에 두 번 봤지만, 그건 내가 가져온 도시락통이다.

게다가 내용물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유지로는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며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 대신 편의점 주먹밥이 두 개 정도 놓여 있었다.

수습 매니저가 사 온 거 겠지만 둘 다 '매실장아찌'었다.

 

(내가...... 내가, 책상 위에 뒀던 걸............!!)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고 캔커피를 사러 내려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사무실 안이라서 저번과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이조는 책상에 양손을 짚고 털썩 고개를 숙였다.

 

(이 녀석도 인가~~~~~~~!!)

 

"피망, 필요 없어."

 

유지로는 불쾌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면서 피망을 도시락 구석으로 치웠다.

 

"필요 없지 않아, 적어도 피망은 다 먹어!!"

"써서 싫어."

 

유지로는 얼굴을 찡그리며 휙 다른 곳으로 향했다.

 

"먹어엇!! 이렇게 됐으니 오기로라도 먹일 거야!"

"절대 안 먹어. 피망 같은 걸 왜 넣어!?"

"널 위해서 만든 게 아냐. 남의 도시락을 멋대로 먹어 치우곤 트집 잡지 마!"

 

이성이 뚝 끊어져 덤벼들자 유지로도 질세라 걷어차려고 했다.

 

"로스트비프는 이렇게 퍽퍽하지 않아. 너무 탔어!"

"뭐!? 어디가? 완벽한 로스트비프잖아!"

(정말이지, 오늘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마!!"

"뭐!? 어디 한 번 해봐!!"

 

서로 맞붙잡고 싸우려는데, 문이 덜컹 열렸다.

 

"둘 다 수고했어~~............!?"

 

수습 매니저로 들어온 스즈미 히요리가 안고 있던 물병을 바닥에 쿵 떨어뜨렸다.

 

"또 싸우려고~~!"

 

""이 녀석이 잘못했어!!""

 

아이조와 유지로는 서로를 가리키며 동시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