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사이트 카쿠요무에 기재된 단편 소설.
아침,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 아이조는 반려묘 쿠로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그냥 화장실로 가겠지만 현관에서 운동화 끈을 매고 있는 형을 발견하고는 "어라"하고 걸음을 멈췄다.
(이렇게 빨리 나가는 건가......?)
대부분 집을 나서는 건 아이조가 더 빠르다.
형 켄은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고 있을 때가 많은데, 오늘은 이미 교복으로 갈아입고 있어서, 이제 나갈 참인 것 같았다.
게다가 옆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아이조는 자기도 모르게 "헉!"하고 소리를 질렀다.
"잠깐, 어디 가는 거야!!"
당황해하며 묻자, 일어선 형이 "응?"하고 돌아봤다.
(하여튼, 또 어딘가에서 외박하려고......!!)
형이 방황하며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건 중학생 때부터다.
"얘, 어떡하려고!"
고함치며 두 손으로 쥔 쿠로를 쭉 들이댔다.
쿠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거렸다.
"자기가 주워왔으면서. 내버려 두다니... 너무 무책임하잖아. 어디론가 갈 거면, 이 녀석도 데려가!! 그게 안 된다면 애초에 데려오지 마!!"
단숨에 내뱉으며 있는 힘껏 형을 째려봤다.
"............수학여행, 인데?"
그런 답이 돌아오자, 아이조는 몇 초의 침묵 끝에 "......뭐?"하고, 얼빠진 소리를 냈다.
"수학여행."
형은 그렇게 말하며 여행용 가방을 어깨에 멨다.
아이조는 쿠로를 양손으로 쥔 채 몇 초 간 가만히 있었다.
그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수, 수학여행............ 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동요를 숨기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시선을 돌렸다.
머리를 툭 맞고는, "뭐야!"하고 자기도 모르게 뒤로 도망쳤다.
"기념품으로 열쇠고리 사다 줄까?"
"필요 없어!"
얼굴을 찌푸리며 형의 손을 탁 쳐냈다.
"그럼, 쿠로, 잘 부탁해~~"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형은 즐거운 듯 슬쩍 웃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쾅 닫히자, "뭐야......"하고 맥 빠진 듯 중얼거렸다.
(헷갈린다고......)
쿠로를 품에 안고 한숨을 쉬며 거실로 향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 문 쪽을 돌아봤다.
"아, 나도 내일부터 외박 근무인데!!"
다음날, 여행용 가방과 쿠로를 넣은 캐리어 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향하자, 먼저 도착해있던 유지로와 매니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어! 시간 엄수하라고 항상 말했잖아."
팔짱을 낀 매니저가 얼굴을 보자마자 잔소리를 해왔다.
"택시 탔는데, 도로가 막혀서...... 죄송합니다."
"뭐야, 고양이라도 데려왔어?"
캐리어 안에서 "냐옹"하고 붙임성 있게 울고 있는 쿠로를 보고 유지로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었어! 갑자기 그 녀석이 수학여행 같은 걸 가니까.....!"
"펫 호텔에 맡겨 놓지 그랬어? 보통은 그렇게 하는데?"
유지로에게 '생각은 하고 사냐'는 듯한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간이 없었어!"
"직장에 고양이 데려오는 건 들어본 적도 없고. 그게 프로의 태도야?"
"시끄러. 잘 돌볼 테고, 일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할 거니까!"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매니저가 "됐으니까 서둘러!"하고 재촉했다.
"맡길 곳은 거기 가서 찾으면 되니까. 이번 비행기 못 타면 라디오 녹화에 늦어~~!!"
매니저의 뒤를 이어 유지로와 아이조도 가방을 들고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라디오 출연이 끝나고,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아이조는 오늘 부를 노래를 헤드폰으로 듣고 있었다.
그 뒤편에서는 매니저가 방송국 스태프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학여행이라니...... 어디로 간 거지...... 뭐...... 어디든 상관없지만.)
멍하니 생각하다 문득 옆 소파를 봤다.
유지로가 한가하게 한 손으로 턱을 괴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쿠로 앞에 고양이용 멸치를 흔들고 있었다.
아이조는 "하아~"하고 한숨을 쉬며, 헤드폰을 목까지 끌어내렸다.
"너 말야...... 왜 남의 집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있는 거야. 멋대로 가방에서 꺼내지 마."
"나오고 싶어 했으니까."
유지로가 흔드는 멸치를, 쿠로는 일어서서 양손으로 잡으려 하고 있었다.
푹 빠졌는지 눈이 반짝반짝 빛나서 즐거워 보였다.
그걸 보자 화낼 기운도 없어졌다.
"괜찮지만 말이야...... 프로가 어떻다고 잘난 척하지 않았어? 나 들었던 거 같은데...... 잘못 들었나? 환청?"
"이 고양이, 경단?"
"뭐야, 그 경단은. 남의 집 고양이한테 멋대로 이름 붙이지 마."
(쿠로라는 이름도 대충 지은 거지만.)
아이조는 이름을 지은 주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너무 동그래. 운동 부족 아니야?"
"그 정도가 귀여우니까 괜찮아."
아이조는 헤드폰을 머리에 다시 쓰면서 석연치 않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쿠로의 주인은 내가 아닌데...... 왜 계속 귀찮게 하는 거야?)
역시, 그 사람이 무책임한 건 조금도 변하지 않아ー.
관광객들로 붐비는 기념품 가게에 들른 시바사키 켄은 코다이와 함께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코타로는 소꿉친구인 히나와 함께 멀리 떨어져 가족에게 줄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힐끗 보고는 "방해하는 것도 좋지 않지."하고 기침하며 미소 지었다.
"코다이~, 너 말야~, 뭐 살 거야?"
"가족한테 과자 정도."
열쇠고리 매장 앞에서 켄은 "오"하고 걸음을 멈췄다.
덩달아 코다이도 멈춰 섰다.
"열쇠고리?"
"야, 이거, 너무 촌스럽지 않아!?"
손에 든 열쇠고리를 코다이에게 보이며 물었다.
"어...... 응, 뭐, 적당히 촌스럽지."
"그렇지! 이걸로 할래~"
손가락에 건 열쇠고리를 돌리며 켄은 계산대로 향했다.
그걸 보고 있던 코다이의 옆으로, 쇼핑을 끝낸 코타로가 다가왔다.
"시바켄, 뭐 사고 있는 거야~?"
"촌스러운 열쇠고리."
"뭣, 여자한테 줄 거? 타, 타카미자와라든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코타로를 본 코다이는 계산하고 있는 켄에게 시선을 옮겼다.
켄은 종이봉투를 받자, 히죽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아닌 거 같아."
"그렇지~......"
코타로는 "그럼 누구에게 주는 거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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