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메오

[소설] 로메오 (1)

mingle 2022. 2. 28. 01:40

lesson 1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서쪽 나라에서 사랑을 위해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1]

댄스 스튜디오 레슨실에서 강사 선생님이 박자를 바로 잡으며 노래에 맞춰 움직여 보였다.
두 사람도 그 뒤에서 함께 움직이며 동작을 배워갔다.
처음보다는 흐름을 알 수 있었지만, 아이조는 스텝에 집중하면 팔과 얼굴의 움직임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유지로는 선생님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면서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그래, 수고했어!”라며 선생님이 손을 털었다.
아이조는 “후-”하고 숨을 내쉬면서 티셔츠 소매에 얼굴을 닦았다.
무릎을 짚고 바닥을 보는 유지로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확실히 체력 부족인 듯하다.
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뭐……당연한가.)

근육 단련과 기초 훈련을 하고 두 곡 정도 선생님이 준비한 연습용 밴드를 외우고 난 뒤였다.
이 곡으로 세 번째.
시작한 지 두 시간 이상, 거의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자, 조금 쉴까.”

선생님의 말씀에 두 사람은 끄덕였다.

“유지로 군은 좀 더 체력을 길러야겠다. 그리고 동작은 되게 이쁜데, 좀 더 절도 있었으면 좋겠어.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게 의식하고.”

유지로는 땀을 닦으면서 얼굴을 들고 “네”라고 대답했다.
목소리가 약간 침울한 것처럼 들렸다.

“아이조 군은 가끔 타이밍이 어긋나더라?”

검지로 가리키자 “아!? 넵, 죄송합니다!”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외우질 못해서……”

유지로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음, 뭐 그래도 역시 운동능력은 좋네. 기본기도 확실히 다져져 있고. 잘못을 얼버무리는 건 문제지만.”

“네……조심하겠습니다…….”

“자, 10분 뒤에 다시 시작하자. 뭐, 한 번만 더 하고 오늘은 끝내자고. 제대로 휴식해야 해. 수분보충도!”

선생님이 레슨실에서 나가자, 두 사람은 서로 겸연쩍은 얼굴로 각자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아이조와 유지로가 아이돌 오디션에 응모한 것은 이번 해 봄이었다.
최종 선발전에서 합격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솔로 데뷔였어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세트로 데뷔하게 되었다.

(참나, 사기라고……)

아이조는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유지로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렇다 해도 불평해봤자 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간신히 붙잡은 염원하던 데뷔다.
상대방과 다소 뜻이 맞지 않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고 싶다.
친구로는 절대 될 수 없는 타입이지만, 일의 파트너로서는 신뢰할 수 있다고 일단 생각한다.
유지로도 진심으로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 안다.
아이조가 진심인 것도 유지로는 알아주고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매우 불평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둘을 유닛으로 만드는 데에 승낙했다.
애매한 기분의 상대라니 절대로 한 팀이 될 수 없다.
다만 이 껄끄러운 관계가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라면 무엇이든 여러모로 쉽게 결정할 수 있다.
나름대로 다가가서 노력해보긴 했지만 잘 되진 않았다.

(이럴 때… 말을 거는 게 좋을까?)

일순간 망설였지만, 화젯거리를 잡을 수 없었다.
아이조는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은 편이다.
낯가리는 건 아니니까, 초면에 만난 사람과도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유지로라 그런지 잘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싸우려고 했고. 대화 거부당하는 거 아닌가……)

유지로는 말을 걸지 말라는 듯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채 긴 의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귀엽지 않은 녀석……)

그렇게 생각한 건 만난 지 50번째쯤 됐을까.
유지로는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법한 얼굴에 얼핏 붙임성 좋고 온화한 성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아이조는 상대의 속이 겉과 정반대라는 걸 치가 떨릴 정도로 깨달았다.
똥고집에 융통성도 없고 성격이랑 똑같은 무뚝뚝한 얼굴.
다른 사람들한텐 아낌없이 애교부리면서 아이조 앞에선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괴팍한 성격에 잘도 아이돌이 되겠다고 생각했어.

(뭐, 나도 그다지 남 말할 처지는 안 되지만……)

사람마다 각자 사연은 있을 것이다.
거기에 발을 디딜 수 있을 만큼, 아직 상대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일만 잘하면 그걸로 됐나.)

그 점에 대해선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유지로는 마음만 먹으면 내숭을 떨며 얼마든지 사이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장단을 잘 맞추지 못해서 허점이 드러날 것 같은 쪽은 아이조 쪽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벽 쪽으로 다가갔다.
같은 곳을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둘 다 긴 의자 옆에 가방이 놓여 있었다.
수건을 집고 싶었지만, 옆에 서 있는 유지로를 피해 손을 뻗기엔 쑥스러웠다.

(뭐, 됐나……)

한 번만 더 하면 오늘 레슨은 끝이다.
털썩 앉아 소매로 땀을 닦고는 바닥에 놓인 자신의 물병을 집었다.
뚜껑을 열고 마시려는데 머리에 풀썩 수건이 올려졌다.
그건 가방 위에 올려져 있던 자신의 수건이었다.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하지 그래?”

유지로는 새침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던지지 않아도 됐잖아?”

머리에 놓인 수건을 집어 들며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알고는 있지만, 그 한마디가 좀처럼 입에서 나오지 않아서 입술을 다물었다.
땀을 닦는 동안 두 사람 모두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말을 걸어 보았자 시큰둥한 대답을 들을 뿐이다.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끝내 아무런 화젯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아이조는 어색함을 달래려는 듯 물병 입구에 입을 댔다.
선생님은 15분 후에 돌아왔다.
10분이라더니 좀 길게 휴식 시간을 주신 것 같다.

“그럼 시작해볼까?”

두 사람은 일어서며 ““네!””하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슨이 끝나고 댄스 스튜디오를 나오니 날이 완전히 저물어있었다.
비가 갠 길거리에는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배고프다…… 뭐라도 사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빌딩 옆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냈다.
언뜻 보니 유지로는 자동문 앞에 우뚝 선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홀린 듯 위를 보았지만, 빌딩 사이로 보이는 건 구름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알게 된 지 몇 달밖에 안 된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안 그래도 표정이 한결같아서 감정을 읽기 힘들었다.
거기다 난 유지로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하는 건가.
몰라도 일에 지장이 없으면 그걸로 됐다.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핸들에 양손을 대고 자전거에 올라타려다 그만뒀다.
조금 망설이다 “야!”라고 큰맘 먹고 말을 걸었다.
유지로가 하늘에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이쪽을 봤다.
댄스 레슨 때문에 역시나 지쳤는지 항상 갖고 있던 찌릿찌릿한 경계심이 빠져 있었다.
눈동자도 멍하고 졸린 표정이었다.

“너 말이야, 어떻게 돌아가?”

“…………차. 마중 나오니까.”

(뭐야. 부럽다……)

이쪽은 댄스 레슨으로 녹초가 되었어도 30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자전거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됐다.
듣는 게 아니었다며 한숨을 쉬곤 아이조는 자전거에 올랐다.

“그럼……”

유지로의 대답은 없었다.
‘수고했어’라고 한 마디 정도는 해줘도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한 나도 말하지 않았으니 무승부였다.
페달에 발을 대고 밟았다.
왠지 모르게 먼저 말하는 쪽이 지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서 말하기 어렵다.
인사 정도로 무슨 경쟁을 하냐며 남들이 비웃을 법도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닛이 만들어진 이상, 주도권은 잡아 두고 싶었다.
먼저 굴복하고 싶진 않다.

(나 혼자 작은 싸움을 하고 있네……)

쓴웃음을 지으며 자전거를 몰았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빌딩 앞에 차가 세워져 있었다.
유지로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곧바로 출발했다.
그 차가 옆을 지나갈 때 창문 너머로 유지로가 베~ 하고 혀를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음엔 꼭 굴복시킨다!!)

주먹을 쥐며 “어떻게 하는진 모르지만”이라고 중얼거렸다.
고운 얼굴인데도 속은 꽤 뻔뻔스럽다.
그리 간단히 굴복하진 않을 거다.
화를 내봐야 쓸데없이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아이조는 한숨을 내쉬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데뷔가 결정된 뒤 보컬 트레이닝, 댄스 레슨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매일 유지로와 함께 지냈다.
레슨 시간이 저녁 7시까지로 정해진 이유는 사무실이 늦지 않도록 신경 쓰기 때문이다.
아이조는 조금 늦어도 괜찮지만, 유지로의 집은 통금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마중을 나오는 것도 걱정이라기보단 밤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직 중학생이니까, 그게 일반적이라고 하면 일반적이고, 잔소리가 심하지 않은 아이조의 집이 오히려 드물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는 건 심야 가까이고,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
통금은 없고, 한 살 위인 형도 중학생 땐 집에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부모님이 주의를 준 적은 없었다.
그건 아이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유롭게 해준다기보단 자식이 뭘 하든 관심도 흥미도 없을 것이다.
유지로에 비하면 제약이 적은 만큼 조금은 나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지로의 집안은 대대로 가부키를 계승하고 있는 것 같고, 아버지는 유명한 가부키 배우인 것 같았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지.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조금 알아보기도 했지만 유지로에 대한 건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기에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본인도 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은 없었다.
아이조도 유지로에게 자신의 집안 사정을 말하진 않았다.
그건 일과 상관없는 일이다.
그냥 매일 같이 있으면 알게 된다.
서로 집에선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을.
성격도, 취미도, 취향도, 특기도 모두 다르지만, 그것만은 ‘이놈도 똑같구나’라고 느낀다.

(돌아가서도 집에서 연습하고 있는 건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엄격하게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
유지로도 그랬을 것이다.
춤을 한번 추면 외우고 노래도 처음 보는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부를 수 있었다.
처음엔 그 모습에 놀랐고, 차이가 날까 봐 초조하기도 했지만, 유지로의 사정을 조금 안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그건 어릴 때부터 배워온 경험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춤도 노래도 거의 자기 멋대로 해오던 아이조와는 다르다.

(경험치부터가 달라……)

밤바람을 가르며 언덕길을 내려갔다.
약간 밝아진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질까 보냐.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나의 무름과 미숙함을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니까.
이 유닛은 자신들이 마침내 잡은 꿈이며 거처다.
발목을 잡을 순 없다.
다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걸 알고 있지만, 그만큼의 의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쓸데없는 불안감에 휩싸일 것 같았다.
이 유닛은 결성된 지 얼마 안 됐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데뷔곡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아이조는 시건방진 유지로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안장에서 허리를 약간 띄웠다.
비탈길을 힘주어 내려갔다.

“역시 다음번엔 굴복시키고 말겠어!”

그렇게 맹세하며 자전거에 서서 페달을 밟았다.

[2]

집에 돌아온 유지로는 복도를 지나 별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가려고 했다.

“도대체 이 시간까지 어디 있었느냐.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연습 시간에는 절대 늦지 마라.”

“친구와…… 문화제 준비로…… 못 갔어요……”

아버지의 꾸짖는 목소리와 위축된 동생 코이치로의 목소리가 들려 서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공연이 가까운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연습을 집어치운 놈에겐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어!!”

“알고 있어요, 그런 거!!”

“너는 이 집안을 이을 사람이다. 그걸 알아라!!”

책상을 쾅 치는 소리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듣고 있을 필요는 없다.
듣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발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확 가슴 속에 번져오는 어두운 감정에 유지로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부질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 부질없는 일이 항상 가슴에 무겁게 엄습해왔다.
이 집에 있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그 사람한테 시키면 되잖아…… 어차피, 할 수도 없으면서……!”

창호가 기세 좋게 열리는 바람에 흠칫 놀랬다.
튀어나오자마자 어깨가 부딪혀 비틀거릴 뻔했다.
코이치로의 눈에 순간 동요의 빛이 떠올랐다.
방금의 대화를 듣고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뭐야.”

짜증이 섞인 눈초리에, 유지로는 곧장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망친 너와는 상관없잖아!”

그렇게 내뱉은 코이치로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앗…… 코이치로님, 연습은……”

“시끄러워!!”

2층 복도 쪽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허함 같은 것이 천천히 가슴 속에 번졌다.

도망쳤다라.
고개를 숙이려는데 “유지로”라고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버지가 방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
표정은 여느 때보다도 험상궂었다.

“다녀왔습니다.”

유지로는 얼른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숙였다.

“너도 너무 오래 돌아다니지 마라.”

“네……”

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발밑을 응시했다.

도망친 게 아니야.
발탁되지 못했다.
여기선 이제 네가 있을 곳은 없다고.
그뿐이었다.

유지로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계단을 내려온 어머니가 “유지로, 어서 와.”라며 당황한 듯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미소를 지어 보이자 어머니는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방에 틀어박힌 유지로는 이어폰을 꽂고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노래를 들었다.
커튼에 손을 뻗어 살짝 걷으니 뜰이 조금 밝았다.
아버지께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이 싫은 건 아니야.
예능에 몰입하는 그 자세와 열정은 오히려 존경한다.
처음 만난 날, 근엄한 표정의 아버지가 무서웠다.
움찔움찔하며 인사하자 아버지는 몸을 굽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똑똑해 보이는 아이군.’이라며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그 후로 이 집의 아이가 되기 위해서.

어렴풋한 생각을 도중에 끊어냈다.
생각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건 이제 과거의 일이니까.

오늘 댄스 레슨 때 강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동작은 예쁘지만, 절도가 없어.
지금까지 무용 연습을 꾸준히 해 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 버릇이 몸에 배어서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 녀석… 어떻게 연습하는 거지?)

아이조는 특별히 댄스 스쿨을 다니지 않는 모양이었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비교적 목소리가 잘 나오면, 선생님께 칭찬을 받을 때가 많았다.
어릴 적 노래 콩쿠르에 출전해 상을 탄 적도 있는 것 같았다.
폐활량도 좋고, 복근도 확실히 단련하고 있으니 성량이 좋은 걸까.

(항상 큰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발성 연습이라면 유지로도 어릴 때부터 해왔다.
음정을 잡는 법, 박자감도 자신 있다.
보통 노래를 한번 들으면 외우고 부른다.
그저, 아이돌 창법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전부 버릴 생각으로 뛰어든 세계인데.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버리고 싶은 것이 도움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었다.
이게 얽매임이란 건가.
유닛이 결성된 지 몇 달.
아이조의 빠른 성장과 좋은 감에 놀랐다.
보컬 트레이닝이나 댄스 레슨 때마다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번 댄스 레슨 때도 그랬다.
처음엔 춤을 못 외워서 다소 박자를 놓치거나 발을 헛디뎠지만 두 번째, 세 번째엔 거의 마스터했다.
어려운 동작도 척척 해낼 수 있는 건 선생님의 말씀대로 운동능력이 좋기 때문일 터다.
동영상을 촬영해서 모니터링하면 역시나 아이조 쪽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께 배운 걸 습득하는 속도도 그가 빨랐다.
지금은 그럭저럭 쌓아온 것 덕분에 앞서 있지만, 추월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초조하다.
그런 건 재미없다.
절대로 추월당하고 싶지 않다.
둘이서 활동하는 이상, 역시 주도권을 갖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레슨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베~ 하고 혀를 내밀어 보이자 아이조는 한순간 멍해지더니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정말이지, 단순해…………)

도발하면 곧장 동요해서 화내고 싸우려 한다.
언젠가 무대 위에 있을 때도 그럴까.
상상하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이리저리 손발이 맞지 않아 충돌만 했지만, 안고 있는 생각도 지향하는 바도 같았다.
아이조에게도, 유지로에게도 사연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도 여유도 지금은 조금도 없다.
우리들은 아직 꿈의 문턱에 선지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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