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메오

[소설] 로메오 (인트로)

mingle 2022. 2. 28. 01:09

introduction ~인트로~

너무도 좁은 이 세상이 싫었다.

나 스스로 기댈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인정해주는 장소를 원했다.
찬란한 세계를 동경하며, 이끌려 내디딘 한걸음.

거기서, 『우리』는 마주쳤다.


푸른 하늘이 펼쳐진 공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나뭇잎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그늘진 곳에서 열심히 춤을 추는 이는 두 명의 남자였다.
한 곡이 끝나자 두 사람은 한숨을 돌린다.

“아 미안, 중간에 잘못 디뎠어.”

짧은 머리를 뒤로 묶고 있는 남자, 시바사키 아이조가 고개를 숙였다.
무릎을 짚은 채 숨을 헐떡이던 다른 남자가 하늘을 한번 보곤 벤치에 놓여 있던 물병을 집었다.
소메야 유지로가 그의 이름이다.
두 사람 모두 남들의 시선을 끌 만큼 단정한 얼굴이었다.

“박치……”

유지로는 중얼거리곤 물병의 물을 꿀꺽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미안하네!”

화난 듯 대꾸하는 아이조에, 그는 자신의 물병을 꽉 눌렀다.

“여기 동작 말이야……”

유지로는 가볍게 스텝을 밟아 보이며, “흐름 나쁘지 않아?”라고 물었다.

“……확실히 좀 안 되긴 하지.”

두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노래에 맞춰 반복적으로 움직임을 확인했다.

“형들, 뭐 하고 있어?”

목소리에 두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고 ““응?””하며 뒤돌아봤다.

“춤 연습이야.”

유지로가 대답했다.

“흐응, 왜?”

“왜……라니”

아이조가 유지로를 힐끗 쳐다봤다.

““아이돌이니까!””

동시에 대답한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이제부터 말이지.”

“이제 거의 아이돌이라고.”

소년은 “멋지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얼굴을 마주 본 아이조와 유지로는 약간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슬슬 사무실로 돌아가자. 지각하면 또 잔소리 들을 테니까!”

공원의 시계가 두 시의 종을 울리자, 아이조가 당황한 듯 재촉했다.

“10분이나 있으니까, 여유롭지 않아?”

“그런 소리 하면 언제나 늦었잖아. 서둘러!”

그러면서 벤치에 놓여 있던 가방을 집었다.
떠나는 두 사람을, 공을 들고 있던 소년이 배웅했다.
분수가 솟아오르고 물보라가 흩어지자 작은 무지개 하나가 떴다.

LIP×LIP
이것이 두 사람이 정한 아이돌 유닛명.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유지로와 아이조가 데뷔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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