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LOVE&KISS

[소설] LOVE&KISS (1-2)

mingle 2023. 5. 14. 11:04

어두운 골목 한복판에서 마주한 두 모자와 케이프는 비에 젖어 무거워졌다.
서로 목적은 같다.
찾는 건 어느 소원을 들어주는 전설의 돌.
 
"넌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유지로는 경계의 눈빛을 띠며 되물었다.
 
"알려줬으면 좋겠어. 공짜로 받을 생각은 아니야. 그에 상응하는 예는 하겠어."
 
"그런 말을 듣고 솔직하게 말할 바보가 어딨어. 하물며, 목적이 같다는 걸 알고 있는 상대에게...... 내가 거짓으로 알려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전부 믿지는 않아. 지금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하지만 목적이 같다면 서로 협력하는 편이 빠르지 않겠어? 게다가...... 만약, 네가 보석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다면, 거리에서 물으며 다니지 않았겠지. 그렇다는 건 너도 아직, 그만한 정보는 모른다는 거야."
 
그는 피식 웃으며, "아닌가?"라고 물었다.
 
(서로 협력하는 편이, 합리적...... 인가.)
 
그렇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건 재미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궁리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밤의 정적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얼굴을 마주 보곤 둘 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사, 살려줘—!!"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사람은 조금 전까지 길 구석에서 자고 있던 술 취한 남자였다.
뒤를 돌아보다 다리가 엉킨 듯 쿵 소리와 함께 골목에 쓰러졌다.
그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유지로는 숨을 멈췄다.
불꽃같이 붉은 커다란 눈동자가 여러 개의 섬뜩한 빛을 내며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 큰 마물은 아니었다.
사람의 절반 크기일까. 몸은 푸르고 투명했다.
 
(이런 거리에서......!)
 
산이나 들이라면 몰라도 성벽으로 둘러싸인 거리에서 마물이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
간혹 출몰한다 해도 한 마리, 많아봐야 두 마리 정도다.
마물떼가 출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이 거리에 왔을 때부터 사람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해가 질 무렵엔 다들 집에 들어가 거리를 걷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어두워져도 불을 켜지 않는 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술 취한 남자는 마물들에게 애워싸여 끌려가면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그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유지로는 어깨에 메고 있던 활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이 주저한 건 마물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한 번 손을 대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어떡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옆에 있는 그가 뛰쳐나갔다.
달리기 시작했을 땐, 이미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칼집에서 뽑은 상태였다.
놀라서, "엇, 어이!"라고 만류하듯 소리쳤다.
 
"엄호, 부탁해!!"
 
"하아!?"
 
마물떼에 파고든다니 너무 무모하다.
술 취한 남자에게 달려드는 마물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느다란 레이피어로 되받아쳤다.
뒤를 돌아 등뒤에서 달려들던 또 다른 마물의 눈동자를 꿰뚫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대를 보통은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당연하다는 듯 엄호를 부탁했다.
내가 그 말을 무시하고 도망칠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게다가, 술 취한 남자는 마물의 주의가 자신에게서 벗어나자 "히이이익!!"하고 쉰 목소리를 쥐어짜며 기어가듯 도망치고 있었다.
술 취한 남자를 도와주고 남겨진 그는 차츰 몰려드는 마물에 둘러싸여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남을 도와줘봤자 감사 따위 받지 못한다.
자신이 손해 볼 뿐인데.
 
(정말...... 어이 없네.)
 
초조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곤, 유지로는 활을 감싸고 있던 천을 스르르 벗겼다.
 
"이렇게 어수룩하고 생각 없는 사람은 싫다니까......!!"
 
내뱉듯 말하며 활에 화살을 메기고 목표물을 겨냥했다.
화살이 그의 모자를 스치며, 달려들던 마물의 붉은 눈동자에 명중했다.
귀에 거슬리는 비명과 함께 마물의 몸이 산산조각 났고, 안개 같은 그 파편은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위험하잖아!!"
 
다른 한 마리를 찔러 해치운 그는 몰려드는 마물을 뛰어넘어 되돌아왔다.
역시나 모든 마물을 상대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 자리에 머물며 싸움을 이어갈 이유도 없다.
마물떼를 우르르 달고 이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오는 그를 보고, 유지로는 활을 잡아 곧바로 몸을 돌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따라온 그가 옆에 붙었다.
 
"아까 화살, 어딜 노린 거야! 맞을 뻔 했잖아!"
 
"도와달라고 한 건 너 아냐?"
 
"더럽게 못하네!"
 
"더는 절대 네 엄호 같은 거 안 할 거야!!"
 
"나도, 다신 부탁 안 할 거거든!"
 
말다툼을 하며 모퉁이를 돌자, 그 앞에 수로가 보였다.
돌다리를 중간까지 건너다 앞길에도 마물떼가 있는 걸 보고 발을 멈췄다.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는 "이제 다 끝났어."라며 의욕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너 때문이니까!"
 
홧김에 말하자, "아아, 그래."라며 투덜대듯 되받아쳤다.
돌다리 앞과 뒤로 마물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난간까지 물러서자, 갑자기 케이프의 깃이 잡혔다.
"엇?"하고 놀랐을 땐, 이미 난간 위로 올려진 상태였다.
 
"간다, 하나~ 둘!"
 
"하아아아아!?"
 
기세 좋게 난간을 박차고 나간 그와 함께 유지로의 몸도 순간 공중에 떴다.
그 상태로,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수로로 낙하했다.

 

 

비밀번호는 7장 마지막 끝에서 4번째 문장 —빼고 (5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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